1.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
청약자의 의사표시 또는 관습에 의하여 승낙의 통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이
있는 때'에 계약은 성립한다. 이를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의 성립이라고 일컫는다. 청약자의 의사를 보호하고 계약의
성립에 관한 당사자의 다툼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의사실현이라 함은 의사표시와 같이 일정한 효과의사를 외부에 표시할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으로 볼 수 없는
행위이지만, 그러나 그것으로부터 일정한 효과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효과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것이 보통의 의사표시에 있어서와 같이 효과의사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는 표시행위에 의하는 것이
아니고 그 자체가 표시행위라고는 할 수 없는 행위에 의하여 효과의사의 존재를 추측하여 단정할 수 있는 경우에 의사실현이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의사실현에는 승낙의 의사를 표시하는 통지는 없으나 승낙의 의사가 없음을 인정할 만한 행위가 있기
때문에 계약이 성립한다는 의미에서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의 성립이 인정되는 것이다.
2. 의사실현이 있는 경우
어떠한 경우에 의사실현, 즉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여 계약이 성립하는가?
첫째로, 청약자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승낙의 통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이다. 그러한 청약자의 의사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예컨대, 매각할 목적으로 청약과 함께 상품을 송부하는 경우(현실청약)에는
보통은 묵시적으로 그러한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거래상의 관행을 참작해서 이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관습에 의하여 승낙의 통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이다. 즉, 청약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으로 승낙의 통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관습이 있으면 그러한 관습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의
성립이 인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습은 의료에 관한 계약·여행중의 숙박계약 등과 같이 계약의 성질상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있는 수가 많다.
3.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
어떠한 사실이 있으면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은 결국 개개의 경우에 구체적으로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수밖에 없으나 계약에 의하여 취득하게 될 권리의
행사로 볼 수 있는 행위, 예컨대 청약과 동시에 송부된 물품을 소비하거나 또는 쓰기 시작하는 행위, 주문받은 상품을
송부하는 것·그러한 이행을 위한 준비행위, 주문을 장부에 기입한다든가 또는 여객으로부터의 청약을 받고 객실을 청소하는
것 등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이들 행위는 계약의 성립을 전제로 하여 행하여진다고 할 수 있으므로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이 된다.
4.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의 성립시기
의사실현으로 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의사실현의 사실이 발생한 때이며 청약자가 그 사실을 안 때가 아니다. 여기서
의사실현은 '의사표시'와는 구별하여야 하고, 착오에 관한 규정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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